나에게 보내는 詩
이태현
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.
이렇게 곧 비가 쏟아지기 직전의 습한 냄새를 맡은 순간인가 보다.
아무리 노력해도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 사업계획서를 집어던지고
나에게 물어본다.
나 잘하고 있지?
나 내가 가는 길은 맞는 거지?
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펄펄 끓는 물에 맥심 커피를 넣고
머그잔을 들고 옥상으로 간다.
커피 한 모금에 담배 한 줌 먹고
또다시 나에게 물어본다.
나 잘하고 있지?
나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거지?
툭툭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.
내려가서 다시 사업계획서를 적어야지
그래 난 잘하고 있어
내가 가는 길이 맞아
스스로 다짐하며 찬란한 레온싸인에 휩싸인
컴컴한 건물속으로 내려간다.